5/31/2018

마라톤기록, 도전과 좌절


2012년, 미국 LPGA투어 나비스코챔피언십에서
김인경프로가 마지막 퍼트를 준비하고 있는 모습이다.

김인경프로는 메이저대회 첫승을 눈앞에 뒀다.
최종일 최종홀에서 36센치거리의 파퍼트만 넣으면 우승은 그녀의 몫이었다.
(신문에서는 보통 30센치 라고 말하는데, 정확히는 36이라고 함)



홀위치가 그림자 때문에 잘 보이지 않아서
빨간색으로 표시를 했는데불과 36센치 거리의 퍼팅이었는데...



그녀의 볼은 홀컵을 돌아 나왔다.
골퍼가 생각할 수 있는 최악의 실수를 한 까닭에
연장전에 돌입했고결국 우승은 다른 선수에게 돌아갔다.

캐디가 위로의 말을 하고 있으나그 짧은 거리를 넣지 못한 그녀의 자괴감을
캐디의 말로서는 충분히 위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 후 한 때 방황하였다고 하나
5년뒤 김인경프로는 2017년 6월에 열린 숍라이트클래식에서 우승하였다.


그 후로 그 해 LPGA 진출 10년 만에 첫 메이저 우승의 감격도 안았다.
한마디로 2017년도는 김인경프로의 해였다.

골프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김인경 프로가 숍라이트클래식 대회에서
우승 후 인터뷰에서 한 말 때문이다.

“어차피 호랑이가 쫓아오는 것도 아니고,
누가 죽고 사는 문제가 걸린 것도 아니라는 생각으로 마음을 편하게 먹었다”

이런 말을 듣고 얼마나 많은 사람이 감동을 받을지 모르겠으나
나는 울컥한 마음을 진정하느라 담배 한 대를 피워가며
목까지 차오르는 감정을 꾹꾹 삭혀야 했다.

그 말이 내게는 꽤나 가슴에 와닿는 말이었다.
생각해 보면 학창시절에는 뚜렷한 목표는 없었지만
그래도 나름 공부한답시고 애썼고
회사생활은 지금도 그렇지만꼭 성공해야 겠다거나,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뭐 그렇게 처절하게 사는 삶은 아니었지만그래도 정신없이 보낸 세월들 이다.

언제 지나갔는지 모르게 가버린 나의 한창 젊은 시절들 때문이었을까.
처절하게 투쟁적인 삶은 아니었지만 아마도 그렇게 크지는 않으나 좀 되는 호랑이가
뒤에서 쫒아온다는 일말의 그런 느낌은 가지고 살았을 것이다.

그동안 삶의 단편들을 돌이켜보면
죽고 사는 문제가 걸린 것도 아니었는데
뭐 그리 여유없는 생활을 했었는지에 대한 회한이었을까.

결코 예쁘장하게 생기지 않은 김인경프로의 그 말은그 후 종종 생각나곤 한다.
며칠전, 그저께다.
그동안 런링머신에서 8키로 속도로 4분을 뛰고 10키로 속도로 1분 뛰는 것으로
연습하다가 속도를 올려서 10키로로 3분을 뛰고 12키로로 1분을 뛰어 봤다.

12키로로 좀 뛰는 것은 10키로 속도가 좀 낮게 느껴지기 위해서이다.
뛸만 했으나 두번째 반복하고 났을 때, 명치 5센치정도 위의 왼쪽 가슴에 통증이 왔다.
지금은 괜찬으나 심근경색, 동맥경화, 뇌경색....이런말이 떠오르고
괜히 좀 무섭고 걱정이 됐다.

기왕에 마라톤 연습을 하는 김에 가능하면 빨리 속도를,
마라톤 기록을 빨리 올려 보겠다고 무리한 도전을 한 것일까.
애당초 건강을 위해서 시작한 것인데
기록에 연연해 지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아닐까.

도전은 좋으나이루지 못했다고 하여 좌절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또 아예 도전을 훗날로 미뤘다고하여
역시 좌절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마라톤 문제도 어차피
호랑이가 쫓아오는 것도 아니고, 누가 죽고 사는 문제가 걸린 것도 아니지 않은가.
까짓거 천천히 가도 누가 뭐랄 사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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